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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유쾌마운틴에 도착하셨습니다>

<대유쾌마운틴에 도착하셨습니다>

1.
‘불쾌한 골짜기’라는 개념이 있다. 어떠한 사물이 ‘인간을 어설프게 닮으면’ 불쾌감을 느낀다는 말인데 그동안 각종 매체에 등장한 CG로된 사람의 모습이나, 사람의 표정을 따라한다는 얼굴로봇같은 것들에 대해서 이질감을 넘어 느껴지는 불쾌한 감정을 뜻한다.

2.
지금까지는 사람을 실사와 가깝게 구현해 내려면 매우 많은 리소스를 투입해야만 겨우 그럴듯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작년 WebUI가 등장해서 일반인들도 Stable Diffusion모델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됨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AI 이미지들을 마음대로 생성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중 ‘인간 실사 이미지 생성’을 본격적으로 시도하는 사람들이 모여 현재에는 엄청난 퀄리티의 이미지들을 마구 뽑아내고 있는 중이다.

3.
그러한 이미지들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게임에 비유하여 쉽게 설명해보면,
1. ‘AI 이미지 생성’이라는 게임을 하기 위해 고성능 엔비디아 그래픽카드를 설치한 PC를 준비.
2. Stable Diffusion회사의 WebUI라는 게임실행 프로그램을 실행.
3. 오렌지 믹스(2D 풍 이미지 모델), 바질(실사풍 이미지 모델) 등의 여러 옵션 중 만들어내고 싶은 이미지 스타일의 옵션 선택
4. 만들어 내고 싶은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서술 (아래는 예시)
- 적용 항목: 고해상도, 뚜렷한 이미지, 아주 예쁘게, 야외 조명, 실사, 성숙한 여성, 큰 가슴, 검은머리, 단발머리, 비대칭 앞머리, 귀 뒤 머리카락, 한쪽 눈썹 위 머리카락, 긴 청바지, 흰색 티셔츠, 웃는얼굴, 쇼핑 바구니, 얼굴에 그림자 없음, 아파트 단지에서 수다 떠는 주부, 셔츠 위에 긴팔 가디건, 목걸이 착용
- 비적용 항목: 낮은품질, 아동향 이미지, 작은가슴, 헬멧이나 헤드셋 착용 금지, 뚱뚱함, 과다노출
5. 이미지 생성 버튼 눌러 가챠 돌림

여기서 핵심은 3번에서 어떤 모델을 어떤 조합비율로 섞는지, 4번에서 어떤 단어들을 조합시켜서 이미지를 뽑아내는지 등이다.

4.
이게 언뜻보면 어렵고 재미없어 보이지만, 여러가지 옵션을 조합해서 생성버튼을 누르면 몇초안에 이미지들이 짠. 하고 등장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마치 게임의 가챠를 돌리는것과 같은 쾌감을 느끼게 되고, 더 나아가 좀 더 빠른 이미지 생성을 위해 비싼 그래픽카드를 구매하고, 더 좋은 모델 조합 및 프롬프트(단어조합)를 연구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들에 재미를 느끼는 많은 이들이 각자의 세팅 값, 프롬프트들을 서로 공유하고 이미지들을 품평하는 수많은 갤러리 및 사이트들이 생겨났고, 여기서 장인 급으로 우대 받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이미지들은 실제 사람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5.
이렇게 자기가 원하는 이상형의 외모, 복장, 포즈를 ‘글로 적어내면’ 그대로 만들어지는 실사 고퀄리티의 이미지에 사람들은 ‘이제 불쾌한 골짜기를 지나 대유쾌마운틴에 도착했다’라는 밈을 만들어냈고, 제대로 만들어진 이미지들에는 대유쾌마운틴이라는 훈장이 달리게 되었다.
이러한 대유쾌마운틴 이미지들에 대해 사람들은 아래와 같은 댓글을 달며 환호하고 있다. (실제 그대로 옮겨봄)

- 내평생 2d 보는 애들 한심하게 생각해온거 미안하게 생각한다 얘들아 너네가 옳았고 내가 틀렸었다 미안하다
- 와 이제 이런애들이랑 사귈수 있는거? 좋겠다 내 아들아…
- 이게 거의 매트릭스 빨간 드레스 아가씨 전단계까지 온거 아닌가
- 다들 건강관리 잘해서 오래살자

6.
많은 사람들이 AI로 인해 많은 예술계통의 창작가들이 설곳을 잃어버릴것이라 말하며 걱정하지만
개인적으로 현재 AI art의 가장 큰 폐해는 이로 인해 발생되는 남녀간의 갈등악화 및 결혼률 하락로 인한 인구감소이다.

예전에 포스팅했던 글 중에 VR기기를 쓰고 각종 경험을 하고 난 뒤 기기를 벗으면서 맏딱드리게 되는 현실과의 괴리를 ’복귀감’이라는 단어를 써서 표현한적이 있다. (현실로 복귀하면서 현타를 맞게 됨)
실제 삶에서의 이성관계에서 상처받던 사람들이 AI 기술로 만들어진 실제와 구분할 수 없는 이상형이 내 눈앞에서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는 경험을 반복하다보면, 굳이 복귀감을 느끼면서 다시 현실로 돌아와 상처받기 보다는 실체가 없는 그것에 더 마음을 쏟지 않을 수 없을것이다.

7.
혹자는 말한다. 아직 AI이미지는 어설픈 티가 난다고? 움직이는 동영상까지는 아직 멀었다고?
돌이켜보자. Dall.E가 아보카도 모양 의자 만들어내서 열광했던게 불과 2년전일이다.

원빈 복귀가 길어지는 사이, 사람들은 대유쾌마운틴에 올라서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