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ㅣ 어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서울시청 광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노동 개혁을 하나 하나 되돌리자, 더위에 굴하지 않고 광장으로 집결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성향을 생각해 보면, 앞으로도 노동계는 정부와 자주 충돌할 듯합니다. 어제 있었던 집회는 내일부터 격화될 계급 갈등의 예고편입니다.
늘 그랬듯, 민주노총은 비합리적인 요구를 당연하다는 듯이 들이밀고 있습니다. 핵심은 뻔합니다. 불평등을 완하하기 위해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두고, 상대적으로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노동 규제를 강화하라는 것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상식적인 주장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언제나 디테일에 있습니다.
부자 증세는 당연해 보입니다. 애덤 스미스는 부유층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일이 불의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모든 권리는 사회적 노력의 산물입니다. 사회가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않으면, 재산권을 포함한 모든 권리는 무의미해 집니다. 가진 것이 많은 만큼, 부유층은 사회적 보호와 혜택을 더 많이 누리는 계층입니다. 더 많은 보호와 혜택를 누린다면, 그만큼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비용을 책임져야 합니다. 이런 생각은 거의 모든 국가에서 상식으로 통합니다. 대부분의 국가는 이런 국제 상식을 누진적인 조세제도로 실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부자 증세가 불평등 완화에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고소득자는 극소수입니다. 저소득자는 대다수입니다. 재산권을 근본부터 부정할 생각이 아니라면, 세율 인상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극소수에게 한정된 세율을 부과하면, 저소득자에게 재분배되는 소득은 생각보다 보잘 것 없을 것입니다. 열 명이 가진 100조 원을 천 만 명에게 재분배하는 순간, 한 명 당 가져 갈 수 있는 돈은 1000만 원 뿐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앞으로도 그 열 명에게 100조 원을 거둘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부자 증세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은연 중에 앞으로도 계속 높은 세금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지만, 그런 전제는 희망 사항일 뿐입니다. 고소득층은 호구가 아닙니다. 고소득자들이 생판 모르는 남을 위해 끊임 없이 세금을 납부해 주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투자를 줄이거나, 일을 줄여서라도 세금을 피하려 할 것입니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재분배되는 소득 자체가 줄어들 것입니다.
부자 증세를 요구하는 사람들은 부자에게 증세해서 당장 얻을 수 있는 세수와 앞으로 얻을 수 있는 세수를 냉정하게 계산해 봐야 합니다. 민주노총에게 필요한 것은 폭염도 극복하는 투쟁 열기가 아니라 차가운 계산기인지도 모릅니다.
로버트 오언이나 헨리 포드 같은 특이한 사례를 제외하면, 기업인은 자발적으로 노동자를 돕지 않습니다. 숙련된 노동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 다른 기업과 경쟁하거나, 정부가 엄격하게 감시하지 않으면, 기업은 언제든 노동자를 내칠 것입니다. 노동 규제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옹호하는 노동 규제는 지나치게 투박합니다. 경쟁 과정에서 일어나는 불의를 예방하는 방식이 아니라, 경쟁 자체를 억제하고 경제 상황과 무관하게 노동자의 이권을 우선 보호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 결과, 몇몇 노동자는 실제 생산성과 무관하게 높은 임금을 받거나, 기업이 계속 고용할 여력이 없는 경우에도 해고되지 않거나, 자녀에게 경쟁 없이 일자리를 물려 줄 수 있는 특권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민주노총이 지키려는 노동 규제는 기업인에게 부당한 의무를 부과하는 동시에 무임승차자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무분별한 노동 규제 공격도 옳지는 않지만, 민주노총이 요구하는 노동 규제가 정교하지 못하고 불공정하다는 점도 분명해 보입니다.
민주노총은 노동계급 전체를 대변할 수 없습니다. 노동조합 가입률은 여전히 저조합니다. 다수 노동자는 민주노총의 보호망 밖에 있습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점점 민주노총을 또 다른 기득권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폭력 행사를 보고 실망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민주노총과 무관한, 독자적인 노동조합을 설립하려는 움직임도 관찰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요구할 뿐 설득하지는 않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민주노총의 요구는 근거가 부족합니다. 하지만 민주노총 조합원 중에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입니다. 그저 집단의 힘으로 이익을 지킬 방법만 궁리하는 듯합니다. 여기에 친북 - 반미 활동까지 곁들이고 있으니, 민주노총이 과연 정의로운 조직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나라에 노동운동이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한다면, 그저 요구를 관철시키는 데에 전념한 민주노총 탓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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