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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콜옵션 포기가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

김작가님글 ㅡ 11/4 흥국생명 콜옵션 포기가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

1.
흥국생명이 11월 9일로 예정되어 있는 5억 달러 채권의 콜옵션을 포기했다.

난 이 뉴스가 김진태가 만든 레고랜드 사태 만큼이나 심각한 사안이라고 보는데 언론에서 별로 다루지 않는 것 같아 나라도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2.
'콜옵션'이란 '조기상환권'을 의미한다. 둘 다 겁나 어려운 용어인지라 내 방식대로 쉽게 설명을 해 보겠다.

기업(혹은 기관)은 채권을 발행하고 돈을 빌린다. 상환 기간은 20년, 30년, 100년, 심지어 영구채도 있다. 하지만 20년 30년 후에 돈을 갚는 경우는 없다. 보통은 99.999999999999% 5년 후에 갚는다. 이게 콜옵션이다.

3.
그런 번거로운 일을 왜 하냐고?

기업 (혹은 기관) 입장에서는 그렇게 해서 1차적으로 사업자금을 조달하고 2차적으로 기업의 신용도를 올리는 것이다.

4.
A에게 빌린 돈을 5년 후에 B에게 빌려서 갚고, 다시 5년 후에 C에게 빌려서 또 갚고.... 이렇게 쉴새 없이 자금을 순환 시키면서 사업을 한다.

이건 모든 기업이나 기관들이 공통이다. 이 대목은 모르겠으면 그냥 외워라. 이 이상은 나도 쉽게 설명이 어렵다.  

5.
돈을 빌려주는 쩐주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원금이 보장된 안정된 상태에서 가능한 높은 이자를 받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너무 오래 한 곳에 돈이 묶이는 것은 (금융시장의 여러가지의 변동이 있어) 바라지 않으니 5년 후에 회수를 하고 또 다른 곳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이게 금융권에서 일 하는 방식이고 시장이 돌아가는 규칙이자 오래된 약속인 것이다.

6.
자, 그런데 김진태가 레고랜드 디폴트를 선언했다.

지방채라고 하지만 사실상 국공채에 해당하는데 정치적인 이유로 지불을 거부함으로써 국내 기업, 기관에 대한 대외 신뢰도가 확 떨어져서 이제 대한민국에서는 신규채권발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AA 이상의 기관이나 기업들도 줄줄이 신규채권 발행이 유찰 되었거나 혹은 이자율이 10% 이상 넘어가는 안 좋은 상황으로 이어졌다.    

7.
이번 콜옵션 사태를 일으킨 흥국생명 입장에서는 매우 난감한 지경일 것이다.

2017년 5억 달러를 대략 1,200원 환율에 4.48% 이자로 빌렸는데 5년이 지난 지금 1,420원에 갚으려고 하니 매우 억울한데 갚을 돈도 없다. 그렇다고 새로 높은 이자라도 감당해서 신규 채권을 발행하려니 이 또한 김진태 사태로 인해 발행도 불가능하다.

8.
방법이 없으니 별 수 있겠는가? '콜옵션 포기'라는 결론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부 좀 더 구체적으로는 금융위, 기재부 등의 금융 당국 입장에서는 과연 이게 최선일까?

2009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은행이 지금의 흥국생명과 비슷한 상황인지라 콜옵션 포기를 선언했던 적이 있었다.

9.
당시에 우리은행은 그야말로 가루가 되도록 까였다.

"미쳤냐? 니네 때문에 대한민국 채권시장 전체가 붕괴되면 니네가 책임질꺼냐?" 이하 매우 나쁜 욕 작렬~~

당시 우리은행에서는 정부와 금융시장 그리고 여론의 질타에 콜옵션 포기선언을 취소하고 수습을 해야만 했다.

10.
그런데 13년이 지난 지금 흥국생명의 콜옵션 포기에 대해 윤석열 정부의 기재부와 금융당국은 놀라울만큼 태연한 발언을 한다.

"응, 흥국생명은 우리에게 의논했고, 그 내용에 대해 우리도 다 알고 있었어. 우리는 그냥 구경만 할 거야"

나는 관련한 기사를 읽으면서도 내 눈을 의심해야만 했다.

11.
13년 전 이명박 정부만도 못한 판단을 지금 윤석열 정부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에서의 콜옵션은 일종의 약속이고 그 신뢰를 통해 시장 전체가 유지가 되어 왔는데 그것을 흥국생명이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무너뜨리고 있는데 정부는 방조하고 있는 것이다.

김진태 사태가 터졌을 때 금융당국은 50조 유동화 자금을 "채권시장에 투입한다"고 발표했는데 그 유동화 자금이 이런 상황에 쓰는 돈이 아니었나?

12.
당장 동부생명이 흥국생명에 이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동부생명은 300억 규모라 액수가 크지 않음에도 말이다.

이 다음 순서는 내년 4월에 한화생명인데 여기는 무려 10억 달러나 된다. 현재 환율로 1조4천 억이 넘는데 현재 분위기상 한화도 콜옵션 행사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돈도 없고, 신규로 채권 발행도 불가능한데 정부에서는 모른 척 하니 별 수 있나? "배를 째라"고 버티는 수 밖에 없는 것이다.

13.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흔히 경제를 인체에 비유하면 금융은 피가 흐르는 대동맥에 해당한다고 한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중에서 어떤 것이 진짜 대동맥에 해당될까?

우리야 주식이 더 익숙하지만 실제로는 채권시장이 더 압도적이다. 기업과 정부기관에서 발행하는 채권이 제대로 순환이 되지 않으면 경제는 그냥 나락으로 가는 거다.

14.
윤석열은 취임식을 하고 반 년이 지나기도 전에 그 놀라운 일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45일 만에 사임한 영국의 트러스 총리보다 더 엄청난 경제적 위기를 가져오고 있는데 정작 그 자신은 태연하기만 하다. 희생자가 누군지로 모르는 조문을 하면서 (천공이 말한) "아이들의 희생"을 기회로 삼는 일을 벌이고 있으니 정말 소름이 끼친다. 너무 끔찍하다.

15.
세계경제의 위기라는 가뭄이 우리 금융시장에도 닥쳐왔다.

그 상황에서 김진태가 레고랜드 (고의) 부도를 통해 마른 가지에 불을 질렀다. 그리고 흥국생명은 "콜옵션 미행사"라는 휘발유를 붓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정작 불을 꺼야 할 운석열 정부는 "아무 문제 없다"고 부채질을 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우리 금융시장의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16.
지금 현재 우리는 이태원 참사로 인해 마음이 매우 무겁지만 이런 내용도 알아야만 한다.

물론 우리가 알고 있다고 해결 될 수 있는 내용도 아니지만 그래도 저 인간들이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지 정도는 우리도 알아야만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금요일 오후에 이런 우울한 글이나 쓰고 있다.

17.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