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ㅓㅁ ㅣ 11/17 언론의 프레임과 정무적 판단 & 약간의 잡담
1.
다음의 두 문장을 비교해 보자
희생자 명단 공개는 잘못이다.
유족이 반대하는 희생자 명단 공개는 잘못이다.
2.
첫번째 문장은 민들레를 공격하는 이들과 민들레를 방어하는 이들이 현재 피터지게 싸우고 있는 프레임이다.
두번째 문장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정무적 판단이고 또 내가 애초에 주장하던 내용이기도 하다. 나는 첫번째 프레임에 과도하게 매몰된 이들에게 공격을 받는 중이기도 하다. 이 대목은 유감스럽다.
3.
결과에 대한 논평은 부질없어 보일 수 있지만 그래도 한마디 덧붙이자면 민들레도 애초에 (유족들의 동의없는 공개에 대해) 자신들의 실수를 신속하게 인정하고 첫번째 프레임에서 벗어나서 두번째 유족이 허락한 희생자들만 공개하는 정무적 판단으로 넘어 갔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곤경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4.
민주당은 정당이니 정무적 판단을 하는 것이고 언론은 오직 진실만 보도하면 되니까 민들레의 현재의 꼬여버린 스탠스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데 이것도 심각한 오류가 있다.
5.
정당 혹은 정치인이 정무적 판단을 하는데 가장 많이 동원되는 것은 다름아닌 언론의 프레임이다. 따라서 모든 언론은 늘 정무적 판단을 한다고 난 단언할 수 있다.
6.
MBC가 지금 윤석열 정권과 사생결단으로 싸우는 것도 뉴스타파가 진작에 입수한 정영학 녹취록을 회를 썰듯이 분석해서 아주 유용한 보도를 하는 것도 모두 정무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진실보도와 정무적 판단은 하나를 위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대척점에 있는 것이 아니다. 두 가지는 전혀 별개의 이슈인 것이다.
7.
"정무적 판단을 하는 언론은 스피커로 전락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진실만 보도합니다"는 주장을 하는 언론인이나 언론사가 있다면 나는 그들의 언론관에 대해 의심을 할 것 같다.
8.
혹시라도 내가 이 글을 쓰는 것이 더 탐사나 민들레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에게도 미리 한 마디 하겠다.
맹목적 지지도 필요한 순간이 있다. 단 논리적 허점이 들어나면 내 맹목적 지지가 약이 아닌 독이 된다는 것도 알았으면 좋겠다. 지금 첫번째 프레임에서 허덕이면서 무리한 주장을 하는 지지자들은 더 탐사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다.
9.
특히 명단공개를 반대하는 유족들에 대해 비난까지 하는 글이 더 탐사 커뮤니티에 댓글로 올라오고 거기에 만만치 않은 추천이 붙는데 이는 대단히 경계해야 할 일이다. 솔직히 그러한 댓글은 너무 끔찍하다.
나는 더 탐사에서 그런 글들은 즉시 삭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게 내 방식의 정무적 판단이다.
10.
지금 희생자 명단 공개가 "옳다 or 그르다"의 논쟁은 현 시점에서 희생자 유가족이나 혹은 희생자들을 안타까워 하는 시민들에게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데 더 탐사나 혹은 일부 그들의 열혈 지지자들은 거기에만 매몰되어 있는 것 같아 나는 매우 안타깝다.
11.
내가 만약 더 탐사의 구성원으로 여전히 있다면 "책임자 색출 - 처벌 - 희생자 유족들에 대한 국가적 배상"에 포커스를 맞춘 취재와 보도의 방향을 집중할 것 같다. 그러면 프레임이 바뀔 것이고 그게 또한 내 정무적 판단이기도 하다.
12.
끝으로 내가 지금 김두일tv 방송을 (이제 불과 이틀째) 쉬고 있는 것은 구독자 좀 빠지고 악플 좀 달렸다고 의기소침해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 해명을 한다.
나는 좀 더 근본적인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다.
13.
살다보면 돌아봐야 할 때가 있고 돌아보지 말아야 할 때가 있다.
돌아봐야 할 때 돌아보지 않으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되고, 돌아보지 말아야 할 때 돌아보면 더 이상 나아가지를 못한다.
<쟁선계>의 한구절이다.
14.
난 내가 하고 있는 정치시사 평론가이자 유튜버로서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을 하는 중인데 지금은 돌아봐야 하는 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소의 시간을 필요로 할 뿐이다.
15.
아주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니 구독자들께서는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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