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 경제 위기의 실체 1 - 부동산 편
1.
새로운 시리즈 연재를 해 보려고 한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고 심각한 경제위기의 시대가 왔다. 외부적인 요인도 있고 윤석열의 무능도 있다. 하지만 언론, 경제학자, 전문가들의 말이 너무 어려워서 뭔 소리인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내 방식으로 쉽게 설명을 해 보겠다. 오늘은 일단 부동산이다.
2.
아파트를 지으려면 개발 허가를 받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아파트를 지을 땅이 필요하다. 시행사가 그 작업을 한다. 땅 주인을 만나서 계약금 일부를 주고 매매계약서 혹은 (얼마를 주면 팔겠다는) 매매의향서를 받는다. 80% 이상 해당 지역의 땅을 확보해야 개발 인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이 작업을 '지주작업' 그리고 '인허가 작업'이라고 한다.
대장동 개발로 보면 씨세븐, 판교개발공사, 화천대유 등이 시행사이고, 남욱이 대장동 일대를 다니면서 하던 일이 바로 지주작업이다.
3.
지주작업에는 상당한 돈이 들어간다. 그래서 대체로 대출을 받는데 저축은행 같은 제 2금융권에서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왜냐하면 인허가를 아직 받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대신 이자율이 쎄다. 제 1금융권은 인허가가 끝나고 공사에 들어가면 들어온다.
이 지주작업이 길어지면 그래서 고율의 이자가 감당이 안되면 사채를 쓰기도 한다. 이 지주작업에서 문제가 생기면 영화에서 보는 조폭들이 등장해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고 인허가를 위해 공무원들을 매수하는 일도 영화와 현실이 혼란스럽게 보인다.
4.
이렇게 지주작업이 끝나고 인허가까지 받으면 시행사는 드디어 건설사를 선정한다. 이때부터는 무지막지한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제 1금융권에 PF를 신청한다. 대장동 개발에서 하나은행컨서시엄이 여기에 해당한다.
5.
국힘당에서 "왜 화천대유는 3억을 내고 가장 많은 이익을 가져 가고, 하나은행에서는 가장 많은 돈을 내고 수백 억 밖에 못 가져갔냐?"고 말하는데 정말 무식한 소리다. 일단 자본금과 실제 들어간 돈은 다르고 인허가 나오기 전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지주 작업에 무려 2천 억이나 쓴 것이다.
6.
대장동 개발로 비유하면 남욱이 부산저축은행에서 1800억 빌려서 대장동 지주작업 80%를 했는데 이재명이 "공공개발하겠다"고 하니 미칠 지경이 된 것이다. 아마 그들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 (뇌물, 협박, 회유, 부탁)을 동원 했을 것이다. 이재명이 왜 시장실에 CCTV를 설치했을까? 이런 것들을 나름 방어하기 위함이다.
"이재명이요? 아유 씨알도 안 먹혀요"라는 남욱의 말은 정황상 완벽한 진실이다.
7.
제 1금융권 PF 대출을 받아 건설사를 선정하면 분양 광고를 낼 수 있다. 이 분양에 사업의 모든 것이 달려 있다. 분양이 빨리 끝나면 시행사는 돈 방석에 앉는 것이고 분양이 늦어지면 마진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고 분양이 완성되지 못하면 망하는 것이다.
어째든 인허가를 받고 PF 대출을 받으면 아파트를 본격적으로 짓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지주작업 10%, 건설비용 60%, 대출이자 10%, 시행사 마진 10%, 기타 판관비 10% 정도로 책정이 되는데 이것을 기준으로 비용을 산정해서 분양가를 책정한다.
8.
대장동 개발의 경우 천운이 따랐는데 2012년 무렵 지주작업이 완성되었지만 개발 인허가가 지연되면서 2015년 인허가가 나올 무렵에는 땅값이 미친듯이 올라간 것이다. 그래서 분양도 신속하게 끝났고 시행사 마진이 엄청나게 높아진 것이다.
그 결과 배아픈 땅을 판 사람들이 이재명을 탓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땅을 팔고 배가 아프다니...
9.
이 대목에서 중간 과정의 상당부분 설명을 생략한다 왜냐하면 이 대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하면 더 이상 진도를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 주제는 경제 위기이지 건설비리, 분양비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10.
윤석열 정부가 들어 금리가 갑자기 확 오르기 시작했다.
가령 PF 대출 금리가 4%에서 10%에서 올랐다고 가정해 보자. 금리가 올랐다고 분양가를 올릴 수는 없다. 아주 심플하게 계산하면 원래는 10% 책정되어 있던 대출이자는 25%로 늘어나게 되는데 그러면 시행사는 10% 이득을 보는 것이 아니라 5% 적자를 보게 된다. 1000억 분양가라면 50억 적자를 보는 것이고 1조 분양가면 500억 적자를 보는 것이다.
11.
주택담보 대출금리가 오르니 아파트를 살 수요자가 급격히 사라졌다.
당연히 분양이 안된다. 예전 같으면 경쟁률이 몇백 대 일이 될 강동 둔촌지구도 소형평수 미분양이 나왔다. 지방에서는 분양 신청자가 아예 0인 아파트도 나왔다.
분양신청을 하고도 분양포기가 속출한다. 청약을 붓는 입장에서 분양포기는 상당한 패널티를 감수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계약금만 포기하는 것은 더 이상의 고민거리도 아니다. 그 정도로 시장 전체가 확 위축이 되어 버렸다.
12.
금융권 입장에서는 모든 PF 대출 검토가 올 스톱이 되었다. 분양이 안되면 원금 회수가 안되기 때문이다. 이미 PF 대출을 내 준 상태라면 최대한 원금 회수에만 집중하는 것으로 방침이 정해졌다.
인허가 이전 단계 단기 브릿지론을 내 준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이미 죽을 맛이 되어 버린다. 저축은행의 경우 최근 부동산 담보 대출 연체가 최근 30%가 늘었다.
13.
건설사 입장에서는 시행사로부터 돈을 받아야 하는데 금융권에서 대출을 조이기 시작하면 시행사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을 수 없다. 그러면 공사가 중단되는 것이다. 대형 건설사들은 공사 중단만 하면 되는데 중급 이하 건설사들은 어음, 채권 등 후지급을 받기 때문에 그 돈을 받기 위해서라도 버틸 수 있을 때까지 해야 한다.
막바지 그들의 선택은 대체로 비극적이다. 그냥 부도로 끝나는 것은 통상적이고, 그나마 남은 돈을 가지고 도망치거나 혹은 자살을 하는 경우까지 생긴다. 돈을 받지 못한 다른 하청업자들도 건설사 사장에게 받지 못하면 그들도 죽는다.
14.
지옥에 빠진 것은 시행사도 마찬가지다.
보편적으로 30~50억 원 정도 자신들의 자금을 넣었고, 인허가를 위한 브릿지론을 최소 수백 억에서 많으면 수천 억까지 땡겨왔다. 그 이자를 막느라 아는 사람 돈 다 빌려왔고, 대체로 이 단계까지 왔으면 사채도 이미 썼다.
15.
지금 대한민국은 상기 내가 설명한 단계가 시작되었고, 내년이 상반기에 부동산 건설 경기는 더 극단의 상황이 될 것이다. 집 값은 더 떨어질 것이고 미분양은 더 늘어날 것이고 도산하는 건설사, 시행사도 더 많아질 것이다.
이게 많아지면 돈을 빌려준 금융권도 부담이 될 것이고 어느 곳이라도 삐끗하는 순간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다. 거기에 돈을 넣어둔 예금주들은... 어이구야..
16.
이 상황이 모두 윤석열 때문은 아니다. 미 연준을 압수수색 하지 못하는데 금리가 오르는 것을 어떻게 막겠는가?
다만 이 상황이 더 빨리 더 깊어지게 된 것은 윤석열 때문은 맞다. 미 연준은 올 초부터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아니, 그냥 노골적으로 '우리 금리 올릴테니 너희들 미리 준비해라"라고 강력하게 외쳤다.
17.
하지만 윤석열은 그 시그널을 무시하고 취임 후 경제정책을 오직 부동산 부양 정책에 포커스를 맞추고 그를 위해 한덕수, 추경호, 이복현 같은 이들로 경제정책의 핵심으로 임명한 것이다.
간경화 환자에게 술을 내주고, 당뇨병 환자에게 아이스크림과 과자를 내 준 격이다.
18.
어떤 국가적 위기가 오면 모두가 힘을 모아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데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유가족들에게 떠넘기는 이상민을 쉴드치는 윤석열 같은 지도자가 "고통을 분담하고 이 위기를 이겨 냅시다"라고 하면 코웃음을 칠 사람들이 70%고 나머지 (나라를 팔아먹어도 국힘당을 찍을) 30%는 영문도 모르고 장렬하게 산화할 것이다.
그러니 이 얼마나 갑갑한 상황인가?
19.
아직 윤석열 정부의 경제 위기는 시작되지도 않았다. 내년에 정말 무시무시한 쓰나미가 몰려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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