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ㅣㅡ 지금까지 꽤 많은 사람을 차단했습니다. 블로그 보는 시간이 길지만, 모든 사람과 진지하게 소통할 수는 없었습니다. 물론,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아무나 차단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나름 기준을 갖고 계정을 차단합니다.
첫번째 기준은 도를 넘은 독단주의입니다. 모든 주장은 어느정도 독단입니다. 내일 해가 뜬다는 주장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추론하는 능력(이성)은 어떤 주장을 완벽하게 증명할 수 없습니다. 모든 추론은 증명되지 않은 무언가에서 시작되기 마련이고, 사회적으로 합의된 지점에서 멋대로 멈추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믿는 주장은 대체로 충분히 증명되지 않은 독단입니다. 더 쓸모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을 뿐입니다.
물론, 독단이 아닌 진리가 있을 수는 있습니다. 진리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됩니다. 진리가 없다는 주장이 진리라고 이야기하는 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함부로 진리를 참칭해서는 안 됩니다. 독단은 독단입니다.
그런데, 마치 자기 생각이 반박 못할 진리라는 듯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회의주의자 입장에서, 그런 사람과 깊게 이야기할 이유는 없습니다.
두번째 기준은 맥락을 무시하는 꼬투리 잡기입니다. 예를 들어, '이명박 대통령은 부패했지만 좋은 정책을 남겼다'라고 쓴 글에 '이명박이 저지른 잘못은 왜 무시하느냐'는 식으로 댓글을 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분명 '부패했다'라고 썼는데도 말이죠. 저는 공과를 다르게 봐야 한다고 믿습니다. 과가 치명적이지 않다면 공을 존중해야 합니다. 그래야 과거로부터 좋은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습니다. 과가 있다고 해서 공까지 무시한다면, 우리는 과거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맥락을 무시하고 진영 논리에 빠져서 상대를 악마화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과 오래 이야기할 능력이 없습니다.
세번째 기준은 모욕하는 사람입니다. 다짜고짜 달려와서는 똥오줌을 못 가린다니, 개소리하지 말라느니 하면서 댓글로 욕을 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모욕은 대체로 쓸모 없고 지나친 독단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아무리 권위 있는 사람이라도 누군가를 모욕할 권리는 없다고 믿습니다(모든 모욕을 법으로 금지할 수 있다고 믿지는 않습니다).
받은 대로 돌려주기는 많은 진화생물학자와 심리학자가 인정하는 인류의 기본 도덕 감각입니다. 따라서, 모욕으로 시작하는 사람을 정중하게 대해야 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상대가 이 세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저는 아무리 오랜 시간 다퉈도 상대를 차단하지 않았습니다. 간혹 제가 모르는 사실을 알려줄 경우에는 감사하고, 혹여라도 마음을 상하게 했을 것 같으면 메시지로 사과했습니다. 아직 페이스북에는 현명한 분들이 많고, 그런 분들과 멀찍이서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은 얻기 힘든 기회입니다. 함부로 내칠 수 없습니다.
흔히 SNS는 시간 낭비라고 말하지만, 저는 쓰기 나름이라고 봅니다. 기준을 지키며 절제한다면, 페이스북은 기회의 장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제 기준을 지킬 것입니다. 그리고 되도록 많은 분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부족한 사람이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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