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연속으로 지방 출장을 다녀오고 운전을 했더니 허리가 다시 탈이 났네요.. T.T 앉아있기가 힘들다보니 중요한 시기에 에세이를 제대로 쓰지 못했습니다. SVB관련으로 질문도 많은데요… 제가 그 은행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상황에 대한 말씀을 에세이에서 전해 드려보겠습니다.
어디서부터 말씀을 드려야할지… 살짝 막막한데요.. 결국 SVB은행이 겪고 있는 문제는… 최근 실리콘 밸리의 벤쳐 업황이 매우 어려워져서.. 이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 핵심이 될 겁니다. 자금 조달은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회사 운영 비용은 있을 겁니다. 그럼 현금이 계속해서 필요할텐데.. 그걸 어떻게 구할까요? 어딘가에서 투자를 받기도 어렵고… 은행에서 대출받기도 어렵습니다. 그럼 당연히 기존 은행에 해두었던(혹시 있다면) 예금을 인출하는 수 밖에 없겠죠. 지난 해 하반기부터 SVB은행에서 예금 인출이 시작되었구요, 그런 현상이 올 1,2월에도 이어졌죠. 그럼 예금 인출을 요청하는 고객이 있으니 은행은 이에 응할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럼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으로 지급을 해주면 되겠죠. 2년 전 IT업계가 호황일 때에는 많은 벤쳐기업들이 투자를 쉽게 받을 수 있었죠. 투자가 늘어나면서 이들이 보유한 현금이 넘치기에 이런 현금이 은행으로 흘러 들어왔을 겁니다. 돈이 넘친다는 것은 돈의 값인 금리가 낮다는 것을 의미하죠. 당연히 코로나 당시 기준금리가 0였으니… 그리고 양적완화로 돈이 넘쳤으니 예금 금리 역시 낮게 땡길 수 있었을 겁니다. 금리가 낮아도 예금은 늘어날 수 있는 구조였겠죠. 그런데요, 문제는 받은 예금을 대출을 해줘야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벤쳐에서 돈이 넘치는데… 대출 수요가 과연 컸을까.. 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나 더, 당시에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보다 벤쳐 캐피탈 같은 곳에서 자금을 조달하거나 어느 정도 입지를 쌓은 기업들의 경우는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겠죠.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는 수요가 그리 크지 않았을 겁니다. 돈이 넘치는 시기였으니까요.. 그래서 실제 이런 기사가 나오죠.
“FDIC에 따르면 2019년 말부터 2021년 말까지 미국 은행들의 국내 예금은 38%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대출은 7% 밖에 늘어나지 않아 은행들은 예금으로 쏟아져 들어온 현금을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일 때 채권에 투자할 수 밖에 없었다.”(머니투데이, 23. 3. 10)
인용문이 쉽게 이해되실 겁니다. 예금은 크게 늘어나는데 대출은 늘지 않죠. 그럼 현금이 남겠죠. 그 현금을 채권에 투자할 수 밖에 없었겠죠. 당시만 해도 단기 금리가 0%에 육박했으니 1%를 조금 넘기는 수준의 10년 국채라도 쌩큐였을 겁니다. 단기로 조달한 자금을 장기로 운용하는.. 이른 바 기간의 미스매칭이 생겨난 거죠. 그럼 예금으로 들어온 돈이 장기 국채 시장으로 박혀버린 겁니다. 단기금리가 워낙 낮으니… 장기 국채에 돈을 넣어서 마진을 내려고 한 거겠죠.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인플레라는 악령이 닥쳐오고 연준의 금리 인상이 이어집니다. 그러면서 10년 국채 금리는 최저 0.7%수준에서 4%를 넘는 수준까지 밀려올라옵니다. 와.. 그럼 투자한 채권의 가치가 하락하겠죠. 2022년 내내 금리가 많이 올랐을 때 미국 20년 장기 국채 ETF 수익률을 보면 -20%가 넘죠. 네.. 채권의 평가 손실이 꽤 큰 겁니다.
그래도 존버의 의지로 버티면 언젠가는 올라온다는 게 포인트인데요.. 문제는 캐쉬가 필요할 때 생기게 되죠. 돈이 궁해진 예금자들이 예금을 인출하려고 합니다. 그 예금이 장기 국채에 박혀있는데… 현재는 돈이 없쟎아요. 다른 사람들에게 예금을 받으면 되지 않겠냐.. 라는 생각이 팍 드실 수 있는데요… IT업계가 초토화되어 있는데.. 다들 돈이 모자라서 안달인데… 예금을 끌어오기 쉽지 않죠. 이런 상황에서도 예금을 끌어오려면 더 높은 금리를 줘야 할 겁니다. 그럼 단기 예금 금리를 높게 주면서 땡겨와야 하는데요.. 더 비싼 금리를 주고서 돈을 땡겨서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막는 것 밖에는 안되죠. 마치 대출 갚을 돈이 없으니 카드론으로 돌리는 것하고 비슷하다고 해야겠죠.
그리고 하나 더 문제는.. 예금 금리를 높게 해서 땡겨도 문제는.. 이렇게 땡긴 현금을 대출 등을 통해 수익을 낼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지금 장단기 금리 역전이 80년대 초반 이후 가장 심하죠. 은행은 단기로 자금을 땡겨서 장기로 대출해주는 구조인데요…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높으니 역마진 우려가 커지게 되죠. 이런 상황에서도 예금을 받게 된다면… 이렇게 예금으로 땡긴 돈을 운용할 곳이 없습니다. 장기 국채는 금리가 더 올라서 박살날 것 같고… 대출금리는 크게 높이기 어렵고.. 이런 상황에서는 매우 위험한 자산에 대출을 해주거나 혹은 투자를 해야하겠죠. 위험도가 높아지는 만큼 금리를 더 받을 수 있으니까요.. 다만… 부실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은행권의 리스크 역시 커질 수 있습니다. 이 비슷한 케이스가 80년대 후반에 있었죠. 바로 S&L사태(저축대부조합 사태)입니다.
자.. 예금자들이 인출을 요구하는데요… 추가 예금을 받아서 주기도 어렵습니다. 그럼 유일한 방법은 장기국채를 팔고서 줘야 하는데.. 그 장기 국채는 현재 존버 모드에 들어가있다는 겁니다. 어쩔 수 없이 아픈 속을 달래면서 장기국채를 팔아서 예금을 지급해주는데요.. 그럼 손실이 확정되는 거죠. 손실이 확정되면 당연히 은행의 자본이 까지는 문제가 생길 겁니다. 자본이 까지는 만큼 은행은 자본 규제가 있으니 추가 자본 조달이 필요하겠죠. 그래서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땡기려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기존 주주들은 보아하니… 장사는 잘 안되어서 돈은 못 버는데… 유상 증자를 통해서 새로운 주주 투자 자금을 받는다 하니.. 내가 갖고 있는 지분의 가치가 희석되는 문제… 즉 혼자 피자 먹을 권한을 10명이 나누어 먹어야 하는 권한으로 바뀌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죠. 그게 주가의 급락으로 이어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문제는 세가지입니다. 하나는 벤쳐 업계의 불황… 이로 인해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는 것이죠. 두번째는 벤쳐 업계에 대출을 해준 SVB의 부채 및 자산 구조겠죠. 예금을 받아서 장기채에 투자한 케이스이니까요.. 세번째는 금리의 급등… 즉, 장기채 가격의 급락이 될 겁니다. 마지막으로는 장단기 금리 역전으로 새로운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졌다는 점 아닐까요… 지금 어려워도 미래가 전도유망하면 파이팅!할 수 있는데.. 그게.. 좀…
이런 사태가 미국 은행권의 시스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요.. 개인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은행권의 자본력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합니다. 이 정도 충격에 흔들릴까… 라는 생각이 우선 들구요… 두번째는 SVB와 같은 자산 구조를 갖고 있는 은행이 많지는 않다는 것이죠. 실리콘 밸리 벤쳐 기업들이 주고객 층이라는 점이 좀 독특했던 거죠. 미국의 대형은행들은 다양한 수익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자본이 튼실하고 수익 구조가 다변화되어 있는 만큼 미국 대형은행까지 전염되면서 전면적인 은행의 시스템 위기로 발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그럼 아무 문제 없다는 거냐… 라는 후속 질문이 나올 수 있죠. 앞에서 S&L사태 말씀 드렸었쟎아요? 당시에도 미국 대형은행의 시스템 리스크 이슈는 불거지지 않았었죠. 다만 당시 미국의 수많은 저축대부조합들이 줄도산하는 문제가 생기면서 꽤 혼란스러운 상황을 만들었던 바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저축대부조합들은 대부분 미국의 각 지역에 연동된 바가 큰… 해당 지역 고객으로 제한이 되는 금융기관이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하겠죠. 80년대 볼커 시대 이후 금리가 너무 빠르게 오른 것이 이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었습니다. 조달 금리가 높아지자 리스크가 높은 자산에 투자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게 바로 텍사스의 에너지 관련 부동산이었죠. 그러다가 86년부터 시작된 유가의 급락으로 인해 해당 부동산 가치가 크게 무너지면서 S&L사태가 제대로 점화되었던 바 있습니다. 혹시 지금의 장단기 금리 역전이 80년대 이후 가장 크다는 말씀… 드렸던 거 기억하시나요?(언제..?? 라고 하지 마시구요.. 에세이의 앞 쪽을 보시면 됩니다)
지난 해 6월 75bp자이언트 스텝 금리 인상이 최초로 나올 때… 연준의 대표 매파 중 한 명이었던 에스더 조지 누님께서 75bp금리 인상에 유일하게 반대했죠. 매파가 왜?? 라는 생각이 드실 수 있는데요… 조지 누님의 코멘트를 들으시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조지 총재는 17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발표한 성명에서 "나는 그러한 움직임이 대차대조표 시작과 동시에 이뤄져 정책 불확실성을 가중하는 것으로 봤기 때문에 이번 주 FOMC에서 75bp 금리 인상에 반대했다"라고 말했다.
조지 총재는 정책의 변화가 경제에 침투하는 데 시간이 걸리며 "상당하고, 갑작스러운 변화는 가계와 소기업이 필요한 조정을 하는 데 있어 이들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예상치 못한 변화는 "수익률 곡선과 지역 은행들 사이에 널리 팽배한 전통적인 은행 대출 모델에도 영향을 미친다"라고 지적했다.(중략)
조지 총재는 2023년 초에 퇴임할 예정이며, 당초 연준 내에서도 매파 위원으로 언급돼왔다는 점에서 그의 소수 의견은 시장을 놀라게 했다.” (연합인포맥스, 22. 6. 18)
첫 문단에서는 반대했다는 얘기를 간단히 하고 있구요… 두번째 문단에 이유가 나옵니다. 급격한 금리 변화가 가계와 작은 기업들에게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 하나이고, 수익률 곡선(역전)과 이로 인해 지역 은행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다른 하나였죠. 인용된 기사는 22년 6월 기사인데요.. 그 이전 21년 9월 조지 총재의 코멘트 역시 함께 인용해보죠.
“이는 금융시장에서 연준의 입지를 줄일 필요성과 대규모 대차대조표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할 경우 발생할 수익률 곡선 역전을 피하기 위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익률 곡선 역전이 은행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소규모 은행에는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조지 총재는 지적했다.”(연합인포맥스, 21. 9. 25)
장단기 금리 역전이 발생할 경우… 은행 전체는 아닐 수 있어도 소규모 은행에게는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하죠. 조지 총재는 불라드와 함께 매파를 형성했음에도 그 해법은 완전히 달랐죠. 불라드는 금리를 빠르게 올리자는 입장이었구요.. 조지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이 너무 빠르게 되면 장단기 금리 역전이 나오면서 지역 은행들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기준금리 인상보다는 양적긴축을 보다 선호한 입장이었습니다. 지난 해 10~11월 미국 국채 시장 유동성 이슈가 나오면서 양적긴축을 확대하자는 주장은 힘을 잃었죠. 그렇지만 어떤 부분을 걱정했는지는 충분히 공감하실 수 있을 겁니다.
금융 시스템 전반의 문제는 아닐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장단기 금리 역전이 더 이어지게 되면 이는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죠. 50bp인상은 어찌보면 단기 금리를 더욱 크게 끌어올리게 되고… 침체 우려를 높여 장기금리를 보다 주춤하게 만들면서 장단기 금리 역전의 골을 더욱 깊게 할 수 있습니다. 50bp인상 화두를 던진 파월 의장의 고심이 깊어질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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