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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나쁘지 않은데 분위기는 망쳐놓았으니 연준이 100bp금리 인하에 들어갈 것이고…

SVB 은행 사태에 대한 논란이 뜨겁네요. 이게 은행 시스템 위기로 이어지면서 전격적인 금융 위기의 서곡을 알릴 것이라는 얘기부터 시작해서, 이걸로 인해 연준은 올해 내 100bp 금리를 인하했다.. 이제부터 다시 한 번 양적완화와 같은 돈 풀기가 재개될 것이니 지금이 투자할 때다.. 라는 얘기까지 정말 다양한 듯 합니다.

SVB은행이 왜 저런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지난 주말 에세이에서 상세히 다루어드렸던 것 같습니다. 우선 SVB 은행이 흔들린 가장 큰 이유는 결국 과도하게 장기 국채를 투자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장기 국채를 매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는데… 장기 국채의 평가손이 워낙에 커서 이게 자본을 갉아먹었기 때문입니다. 여하한 상황이건 결국 해당 은행이 장기 국채에 과도하게 투자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장기 국채를 코너에 몰려서 내다팔지 않았다면 이렇게 크게 문제가 불거지지는 않았겠죠.

문제는 다른 은행권으로의 전이가 될 겁니다. 대형은행들은 여전히 초과지준을 갖고 있습니다. 여전히 상당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죠. 그리고 사업 구조가 다양하고 고객층 역시 상당히 두터운 바 IT벤쳐 산업의 부진이 나타나더라도 다른 사업 영역이나 다른 고객층에서 예금을 땡길 수 있겠죠. 예금을 땡길 수 있다면 굳이 국채를 팔아서 현금을 확보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문제는 대형은행이 아니라 다른 중소형 은행이겠죠. SVB처럼 특수한 고객층을 대상으로 하는 은행들이 우려를 모을 수 있을 겁니다.

일단 연준에서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했죠. BTFP(Bank Term Funding Program)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이죠. term이라는 단어와 Program이라는 단어는 참 위기가 닥쳐올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곤 하네요. 이번에도 정말 신속하게 발표가 나왔는데요…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를 담보로 제시하면… 이 담보를 받아서 낮은 금리에… 담보가치를 높게 쳐줘서 많은 현금을 1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에 빌려주겠다는 프로그램입니다. 연준이 이런 담보를 받아서 해주는 프로그램이죠. 은행들은 연준에 지급준비금 계좌가 있구요… 언제든지 연준을 찾아가면 재할인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요.. 이 재할인대출의 만기가 디게 짧아요… 길어야 3개월 수준이구요.. 금리는 연준 기준금리의 상단인… 4.5~4.75%니까요… 4.75%가 재할인율이죠.. 그리고 금액도 담보 가치에 연동하는 면이 큽니다. 더 많은 돈을, 더 좋은 조건으로, 더 긴 만기인 1년간 빌릴 수 있다면 굳이 국채를 내다 팔 필요가 없겠죠. 그럼 국채 매각 손실이 확정되지 않고… 자본이 까지는 SVB은행과 같은 상황도 재연되지 않을 겁니다.

오우.. 그럼 모든 상황이 종료된 것이라 봐도 되겠는가… 상황은 나쁘지 않은데 분위기는 망쳐놓았으니 연준이 100bp금리 인하에 들어갈 것이고… 경제가 나빠지지 않는 상황에서 물가는 안정되고 금리는 낮아지니… 골디락스 아닐까.. 라는 기대가 생길 수 있습니다. SVB는 새로운 투자 기회가 되는 건가요? 저는 SVB은행 이슈로 인해 단기로 금융 위기로 전이될 것이다.. 이렇게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은행 시스템은 특히 대형은행을 중심으로 과거에 비해 상당히 탄탄해졌죠. 이보다는 중소형 은행들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체력이 약해지는 그림이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간헐적으로 이런 중소형 은행들의 파산이 이어지게 되겠죠.

아니.. 돈을 빌릴 수 있게 해주었다면서 뭐가 문제인데.. 이런 생각을 하실 텐데요.. 우선 돈을 빌리면 이자가 나가게 되겠죠. 아무리 낮은 금리를 적용해준다고 해도 현재 미국 기준 금리보다는 살짝 높은 수준일 겁니다. 이자 부담이 이어질 수 밖에 없죠. 지방 은행들의 수익 구조는 결국 예금을 끌어와서 대출을 해주는 겁니다. 대형은행으로 예금이 많이 갔을 거구요… 중소형은행들은 예금을 구하기 위해 무리하게 높은 금리를 제시하면서 대응했을 겁니다. 이렇게 끌어온 예금으로 대출을 해줘야 하는데.. 문제는 예금으로 끌어온 금리가 높은 만큼 대출 금리가 비쌀 수 밖에 없죠. 그럼 비싼 금리에 대출해줄 수 있는 이른 바 다소 위험한 기업에 대출을 해주었겠죠. 과거 S&L사태라는 게 있었는데요… 당시에도 볼커가 금리를 크게 올렸을 때 나타났던 현상입니다. (이 얘기는 이후 에세이에서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 미국의 대형은행이 보다 건전하다는 것을 확인한 지금… 당연히 예금은 대형은행으로 몰리게 될 것이구요.. 그럼 중소형은행은 예금을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겠죠. 그럼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서 예금을 땡겨야 할텐데… 와.. 대출해주려면 훨씬 더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 아닐까요.

미국 금리 인상 이후 노랜딩이라는 얘기까지 나왔지만 이번 SVB사태에서 보신 것처럼 취약한 이른 바 약한 고리부터 균열이 나타나고 있죠. 위험한 차주들의 경우가 그 직격탄을 맞게 될 겁니다. 그럼 중소형 은행들의 부실 우려는 더욱 커지게 되지 않을까요.  

중소형 은행이 흔들리는 게 뭐가 문제야.. 라는 생각을 하실 수 있습니다. 이들이 돈을 빌려주지 않으면 시중에 돈이 돌지 못하죠. 특히 대형은행들이 공급해주지 못하는 영역을 커버해주는데.. 이들에게 돈이 가지 않으면… 해당 영역의 부실이 점점 더 커지게 될 겁니다. 이건 점차적인 실물 경기의 둔화로 이어지게 될 수 있습니다. 네.. 경기 둔화의 우려가 커지는 것이죠.

SVB사태 이후… 나타난 현상은요… 금리가 낮아지는데도 불구하고 주식 시장이 부진하다는 겁니다. 연준 피벗만 기다렸는데요… 시장 금리가 낮아지는 시그널이 나타나도 그렇게 환호하던 시장이 지금은 주춤합니다. 피벗을 믿지 못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설령 피벗을 하더라도 경기의 둔화 속도가 더 빠를 것이고… 인플레 우려가 상존하는 이상 경기 둔화를 커버할 만큼의 돈 풀기는 하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것일까요… 후자를 두려워하는 것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금일 에세이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오건영님 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