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일이 있어서 차를 가져 가는데요, 우회전해서 옆 쪽 IC로 빠져야 하는데.. 앞에서 차가 깜빡이를 켜고 끼어든다고 하더군요. 그래.. 먼저 가라 하면서 들어오라고 기다려 주는데 우회전 깜빡이를 켜고 차선을 걸치긴 했는데 들어오지를 않는 겁니다. 이리로 들어와야 하나 직진을 가야 하나 갈팡질팡하는 것 같더군요. 그런데 정도가 있지 계속 그 상태로 꽤 긴 시간 머무는 겁니다. 크락션을 울려도 그 갈팡질팡에서는 벗어나지를 못하고 뒤에서 차들은 함께 난리를 부렸죠. 결론… 깜빡이 취소하고 바로 직진으로 가버리더군요. 운전하면 스님도 욕하신다고 하죠… 아…. 진짜 별거 아닌데 열이 화악 올라오더군요. 아마 제 뒷 차들도 비슷했을 듯 합니다. 날씨 좋은 아침부터 이런 얘기 하는 이유는요… 요즘 연준을 보면 이 차와 같은 느낌을 너무 많이 받습니다. ㅎㅎ
파월 의장이 지지난 주 의회 연설에서 50bp인상을 질렀죠. 물론 다음 날 하원에서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며 황급히 수습에 나섰지만 엎질러진 물이죠. 깜빡이 켜고 들어오겠다는 식으로 받아들이게 된 겁니다. 다만 문제는 시장의 분위기죠. 금융 시장에 Buy the Dip의 심리가 매우 강하고 존버의 정신으로 똘똘 뭉쳐서 언제 바닥인지를 찾는데 매우 민감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50bp를 지르게 되면 엄한 카드를 정말 무의미하게 날려버리는 케이스가 되죠. 50bp를 지르는 순간 1~2일 동안 시장의 긴장감을 가져다줄 수는 있지만 3월 FOMC에서 50bp를 인상하지 못하면 지금과 같이 피벗에 목마른 시장에는 대형 호재가 될 수 있죠. 역쉬… 우리 연준은 우리를 버리지 못한다구요.. 시장의 기대감을 어디에 형성시켜주느냐가 연준에게는 매우 중요할 겁니다. 시장의 기대치가 매우 높게 형성된다면 그런 시장을 잠재우기가 정말 어려워지겠죠. 애니웨이.. 오늘 새벽 뉴욕 증시.. SVB도 있고… 금융 시장 분위기도 메롱이 되면서 50bp인상은 물건너갔다.. 혹자는 연내 100bp인하도 가능하다는 얘기를 소화하면서 급등세로 마감했습니다.
슬램덩크를 볼 때 느끼는 것이 안풀릴 때에는 일단 하나만 잡고 가자라고 하죠. 한 골을 넣는게 우선입니다. 그렇게 분위기를 바꿔버리는 거죠. 그리고 팀의 사기가 올라와있다면 이 한 골이 그 뒤의 기세를 크게 끌어올리는데 큰 밑거름이 되곤 하죠. 50bp라는 높은 기준점을 잡아줘서… 50bp만 안올리면 한 골 들어가는 쪽으로… 한 골을 넣기 쉽게 만들어주니.. 답답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가 오르는데 왜 삐딱선인가.. 하는 반응도 있으실 겁니다. 당장의 주가 상승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성장이죠. 이건 지속 가능한 주식 시장의 안정적 상승과도 만나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을 잡고 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인플레이션이 자산 시장과 연결이 되어 있죠. 인플레가 잡혔다고 생각하면 자산 가격 먼저 바닥부터 먹으려고 올라오면서 하락하는 인플레이션의 속도를 제어해버립니다.
전일 발표된 근원 CPI를 보면서도 느끼는 것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그렇지만 SVB사태처럼… 단기 금리를 급격하게 빨리 올렸을 때 취약한 곳이 분명히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한 이상.. 50bp인상 주장이 힘을 잃게 되겠죠. 25bp를 주장한 사람들 중 로리 로건 총재는 지금을 안개가 자욱하게 낀 도로라고 얘기합니다. 그런 도로에서 앞이 잘 보이지 않는데 시속 100km로 가는 게 맞느냐는 것이죠. 네.. 천천히 가야죠. 빨리 가야 한다고 시속 100km로 가다가 사고가 나면 진짜 늦어지게 되겠죠. 이런 구간은 아무리 급해도 천천히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겁니다. SVB사태를 보면서 이 주장이 힘을 얻을 수 밖에는 없을 듯 합니다.
그럼 금리 인상을 천천히 하면 만사가 오케이인가… 그건 또 다른 얘기죠. 시장이 활활 타오르면서 마지막까지 불꽃이 이어지며 인플레가 쉽사리 꺾이지 않는다면 정말 어려운 장이 될 수 있습니다. SVB사태를 보면서도 모든 악재를 피벗과 연계해서 생각하면서 자산 시장이 반응을 한다는 것이.. 참 연준의 고민이 깊어지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면… 선생님이 찾아간 본 트랩 대령의 집 아이들은 이미 수 차례 기존의 선생님들을 쫓아낸 전적이 있죠. 그 아이들의 세제곱 정도 영악한 아이들을 길들여줘야 한다고 가정하죠. 가능할까요? 그 선생님이 지금의 연준인 듯 하구요, 그 아이들이 지금의 시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들을 길들여야 물가가 잡힐 텐데요… 만약 여기서 강하게 길들이기에 들어가면 디플레의 늪에 한 순간에 빠져버릴 것이고… 살살 다루자니 말을 듣지 않을 듯 하구요… 단순히 성장을 담보로 피벗을 요구하던 시장은 이제 금융 안정을 담보로 연준에 피벗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연준도 극한 직업인 듯 하네요. 어려운 선택을 계속 강요당하니 버벅거릴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다만 다시 만나고 싶지는 않지만.. 서두에 만났던 그 차를 다시 만났다고 가정하면… 그 차가 켜는 깜빡이는 별로 믿지 않으려 할 듯 합니다. 어려워서 버벅거리면 신뢰가 떨어지네요. 오늘 에세이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오건영님 펌글
카테고리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