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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 증시뉴스, 이슈정리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는 일이 터지고 나서 쏟아지는 설명과 달리 경고성 예고는 거의 없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는 일이 터지고 나서 쏟아지는 설명과 달리 경고성 예고는  거의 없었다. 마치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온갖 해석과 처방이 난무하고있는데, 경제와 금융에 관한 기존 분석틀의 부족한 점을 다시 돌아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원인을 FED의 급속한 금리인상 탓으로 돌리는 뉴스들이 넘치는 것을 보면서, 서슴지않고 속을 보이거나 혹은 한쪽 눈은 감거나 하는 형국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번 사태는 오랫동안 지속된 유동성 잔치판에서 금융 불안정의 불씨가 어떻게 어디에 어느 정도로 깔리게 되었는지 다시 살펴 보라는 신호로 보아야 한다. 몇년 전 FED가 양적 완화를 줄이려했을 때 채권시장에서 금융 발작이 생긴 적도 있고, 작년 영국에서는 감세하려다가 금융 교란이 생겨 영국 총리가 물러난 적도 있음을 기억하자.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미 연준 대차대조표 상 자산은 그 직전 1조 달러 미만에서 작년 초에는 무려 약 9조 달러까지 급증했다.  그 증가분 절반은 금융위기 대응책으로, 또 절반은 팬데믹 대응책으로 푼 것이다.  

이 엄청난 유동성 잔치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조짐은 재작년까지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대략 10년 여간 계속 경기와 고용이 신통치 않았고(당시 필립스 곡선이 누었다, 돈 풀어도 물가에 영향은 미미한 구조다 등등의 분석도 많았다) 설마설마하며 유동성 밸브를 계속 열어두었다가 금융 경련과 발작의 소지를 곳곳에 심은 셈이다. 팬데믹이 완화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급격한 인플레이션은 점화되었고 FED의 급격한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의 고용 시장은 뜨겁고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지금은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를 할 때가 아니다. 미국 일은 미국이 할 것이고 우리는 예의주시할 따름이다. 우리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웃고 즐길때' 쌓였던 위험요인들을 잘 관리하고 리스크를 줄여가고 절벽에 몰리는 취약 가구를 지원하는 금융 및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 우리의 경우 취약지대는 부동산 PF, 가계 대출, 한계 자영업 등이다. 결코 쉽지 않은 누적된 숙제, 마냥 차환해주며 폭탄돌리기를 할 수도 없는 난제들이다.

내가 아는 금융전문가는 '이제 블랙스완이 철새가 아니라 텃새가 되었다'고 말해준 적이 있다. SVB는 검은 백조가 되기에는 좀 덩치가 작지만, 앞으로 무슨 더 큰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