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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할 일(당위)과 하지 말아야 할 일(당물위)

김작가님글 ㅣ 해야 할 일(당위)과 하지 말아야 할 일(당물위)

1.
이재일의 <칠석야>라는 무협소설을 보면 충성심 강한 금승위의 위장 국일한이 아이를 납치당한 강호의 여인 황다영에게 모종의 사건청부를 하도록 감시하고 사건 장소로 데려다 주는 일을 하면서 혼란스러워 하는 장면이 나온다. 국가를 위한 대의라 생각하기에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을 하는데 자신의 도덕적 관념에서 보면 그건 잘못된 일이니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갈등에 빠진 것이다. 여기에는 국일한이 황다영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내용도 있지만 말이다.....

2.
국일한은 자객들에게 기습을 당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면서 도리어 당위(해야 할 일)과 당물위(하지 말아야 할 일)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내린 결론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위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즉 황다영을 위해 자객들과 자신의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행복해 한다.  

3.
이재명은 후보자 시절 타임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정치를 하는 이유가 어릴 적 지독한 가난한 겪으면서 세상이 공정하지 않고,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정치가 가장 확실한 수단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그의 당위(해야 할 일)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올바른 정치를 하는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본 정치를 하는 정치인의 이유 중에서 가장 근사한 대목이었다.

4.
또한 이재명은 지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면서 "민주당은 당원의 뜻과 다르게 운영되기에 비민주적이다. 늘 당원에 따르는 리더쉽을 발휘하겠다"고 했다. 당대표로서 당원들의 뜻에 대치되는 비민주적인 민주당을 방치한다면 그는 마땅히 하지 말아야 할 일(당물위)을 하게 되는 것이다.

5.
현재 이재명은 기로에 섰다.

자신의 당위인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정치를 계속 해 나가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자신이 하지 말아야 하는 비민주적인 민주당을 만들어와 왔던 세력들과 타협을 해야 상황에 선 것이다. 엊그제 박광온과의 협력을 이야기 하는 대목에서 그의 고충은 분명 느껴졌다.

6.
내 생각은 이렇다.

만약 정치인 이재명이 당내 비민주적인 세력과 타협을 하면 그가 대통령이 되어도 (문재인을 포함한) 여타 민주당 출신의 지도자들을 넘어서지는 못할 것이다.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벽에 부딪히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적당한 타협이라는 것을 찾는다는 것은 그가 만들고자 했던 좋은 세상도 적당히 좋은 세상을 위해 노력했다는 수준에서 마무리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진정성과는 별개의 문제다.

7.
하지만 정치인 이재명이 타협보다는 힘들지만 한번 더 정도를 찾는다면 그는 정말 위대한 정치인이 될 것이다. 노무현이 만들고자 했으나 현실의 벽에 이루지 못한 것들을 비로서 그가 완성시킬 수 있을 것이다.

8.
나는 정치에 있어 현실의 벽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편이기에 그가 어떤 선택을 해도 지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내 마음은 그가 위대한 정치인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9.
그래서 나는 이번에 민주당에서 실시하는 공천관련 특별당규 전 당원투포에 반대를 했다. 내 관점에서는 개혁없는 특별당규이자 기득권 현역의원들에게 유리한 특별당규이기 때문이다. 내 입장에서는 이재명 당대표 체제에서 처음으로 반대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그 마음이 편치는 않다.  

10.
이번 특별당규가 당원들의 반대로 무산된다면 당에서는 새로 당규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아직 내년 총선을 위한 경선 전에는 충분한 시간은 있으니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좀 더 당원들의 기대에 부응한 특별당규가 나오기를 바란다.

11.
내 개인적으로는 이재명이 이번 당원들의 반대를 통해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