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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드림’이 ‘코리안 악몽’이 되지 않게>

이재명 펌글 ㅣ <‘코리안 드림’이 ‘코리안 악몽’이 되지 않게>

가장 곤궁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사회 전체의 품격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우리 곁의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보면 대한민국을 선진국이라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최근 포천의 농장에서 일하던 태국인 이주노동자 한 분이 사망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10년 간 돼지 분뇨를 치우는 고된 노동을 도맡았지만 쉴 공간은 악취로 가득한 돼지우리뿐이었습니다. 농장주는 불법체류자 고용이 알려 질까봐 야산에 시신을 유기하는 끔찍한 짓을 저질렀습니다.

지난 2월에는 전북 고창의 농촌에서 일하던 태국인 이주노동자 부부가 기름 값을 아끼려 냉골에 장작불을 피웠다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습니다.

‘어차피 돈 벌려 온 거니까’ ‘상당수는 불법체류자’라고 개인에게만 책임을 떠넘기기엔 이주노동자는 이미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필수적인 존재입니다. 3D업종 대부분이 이주노동자에게 의존하고 있고, 제조업공장이나 농가의 경우 이주노동자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이주노동자의 처우에 대한 관심은 너무 부족합니다. 신분이 불안정하다는 점을 악용한 인권유린과 노동 착취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이민청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단순히 노동력 공급이라는 관점을 넘어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합당한 처우 보장이 시급합니다. 예컨대 경기도에서는 농어촌 지역 이주노동자 숙소 실태를 전수 조사했던 바 있습니다.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도적 개선책을 수립하는 것을 이민정책의 주요 과제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대한민국의 노동자들과 청년들도 일자리를 찾아 해외각지에서 갖은 고초를 겪었고 그러한 고초 위에 대한민국이 경제강국으로 성장했습니다. 가족 부양을 위해 이역만리 길을 떠난 대한민국 국민이 존귀하듯, 이주노동자들의 코리안 드림이 코리안 악몽으로 바뀌도록 방치해선 안 됩니다.